오랫만에 블로그 포스트를 업뎃하면서, 무슨 내용이 좋을까 고민하였다.
물론, 나의 블로그가 충성도 높은 방문자가 있다거나 유명 블로그로 추천될 만큼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나는 단 하나의 포스트에도 나름 고민을 하고 있다.
기특하게 등 토닥토닥.
"후뢰시맨의 타루미 토타" 인터뷰(미디어다음)빈둥빈둥 미디어다음을 떠다니다가 찾아낸 반가운 기사 하나.
아, 후레쉬맨 레드 '진'은 나이가 들어서도 참 멋있군.
('후뢰시맨'은 어쩐지 발음하기가 어렵다)
후레쉬맨을 이야기하려면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대구의 한 동네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고만고만한,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살던 동네에는 또래친구들이 많아서 항상 신나는 일이 가득했다.
보통 두, 세 살 터울까지는 무리를 지어 모여다녔는데,
남자/여자, 저학년/고학년을 구분짓기 시작하던 초등학교 5학년 전까지는 밥 먹는 시간과 학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모여 다니곤 했다.
그 시절 아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우리는 후레쉬맨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유사 영웅인 바이오맨을 아류로 취급하며
후레쉬맨의 숭고한 영웅성을 동경하였다.
나른한 오후는 모두가 모여 후레쉬맨 놀이를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악의 무리를 잡기 위해 레이저검을 들고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엄마가 '저녁먹자'하고 2층 베란다에서 불렀으니.
장난감가게에서 하나 둘씩 사모은 후레쉬맨 무기들은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교하였으며,
무언의 동의 아래 각자의 역할도 나뉘어져 그에 맞는 무기들을 항상 준비해 왔었다.
무리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진돗개 소년'(그의 집에는 큰 진돗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참고로 그 때 우리 집 마당에는 잡종개 방울이가 살던 때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방울이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기회가 된다면 따로 들려주겠다.)이 자연스럽게 레드 후레쉬가 되었고,
남자아이들 중 3번째 서열까지 영광의 후레쉬맨 남자 역할이 주어졌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둘 밖에 없어서 의무적으로 여자 후레쉬맨의 역할이 주어졌는데,
나는 노란색을 좋아해서 옐로 후레쉬맨을 맡았다.
모두가 짐작했겠지만, 서열도 후달리고 딱히 특징이 없는 조무래기들은 악의 무리가 되었다.
(악의 무리들은 별로 악하지 않아서 자존심이 조금만 상하면 울기 쉽상이었다)
우리는 '평화의 수호자요, 정의의 지구방위대'였으며,
악의 무리는 물론 예외였지만 후레쉬맨 5명은 언제나 똘똘뭉쳐 서로의 싸움을 도와주었다.
우리의 놀이는 폭력적이기 보다 역할과 사명을 허구적 어린이영화를 통해 학습하는 과정이었으며,
누구보다 후레쉬맨으로써의 명예를 다하기 위해 의젓하게 행동하려 하였다.
Daum 검색 후뢰시맨 관련 영상 보러가기 타루미 토타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나의 유년기와 맞닿아 있다.
'영웅론'. 후레쉬맨이 영웅이었던 어린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그들을 영웅으로 맞이하지 않는다.
가상의 영웅과 현실의 영웅, 어린시절의 영웅과 현재의 영웅.
그 괴리를 나는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
이 대목에서 나는 타루미 토타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후레쉬맨은 어린이들에게 국적을 넘어선 인류애와 동료애를 가르쳐 주었다.
악의 무리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자발적 사명감과 책임감이 후레쉬맨에 열광하게 하였으며,
그들의 다양한 무기와 팀웍은 더 빛이 났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들 영웅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가치관이 성장하며 우리에게 영웅은 다른 의미가 되어갔다.
그의 영웅론이 역설하는 '현실적 영웅'을 제시해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가치-인류애 등은 구체적이고 현실적 가치로써 재탄생되지 못하였으며
그래서 유년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다.
나는 후레쉬맨에 대한 아련한 노스텔지어가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아톰에 환장하여 '플루토'의 다음 편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영웅이 되지 못한 안타까움, 그리고 동심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존재하고 있던 가치에 대한 믿음.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후레쉬맨을 비롯한 나의 영웅들을 항상 그리워 한다.
*추신 : 후레쉬맨은 나에게 혼란을 안겨주기도 하였는데, 타루미 토타가 분한 '레드'역은 팀의 리더이자 후레쉬맨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빨간색이라니. 보통 여성적 컬러로 생각되는 빨간색을, 그것도 빨간 타이즈를 신은 리더란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그에 대한 음모론이 존재했는데, 붉은 색으로 대표되는(일장기가 그렇지 않나) 일본이 어린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일본 우월주의를 심어주기 위한 계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긴 하지만.